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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에 대한 글

에스투에이치 2016. 5. 15. 14:58

잡담과 업무의 비율은 7대3으로 해야합니다. 첫 미팅에선 어떤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고 부담감이 생기는데, 그럴 필요까진 없다. 인사 하자마자 "이번 사업은 저희가 기획을 할 테니 제작을 맡아주십시오. 이익은 6:4로 분배됩니다"라고 진지하게 업무 얘기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첫 미팅은 담소를 나누기 위한 자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방과 함께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시작점인 미팅인데, 동의 없이 혼자 앞서나가면 상대하기 피곤해진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미팅을 핑계로 업무 시간 중 회사에서 탈출하는 상황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하기 쉬울거다. 고작 이딴거에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직장인의 현실이다. 그러니 처음엔 친분을 쌓기 위한 대화에 중점을 둬라. 요점은 언제 업무 얘기를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얘기를 하느냐다. 예컨대 내 미팅 상대가 시노자키 아이가 표지 모델인 2월호를 잘 봤습니다. 에디터님이 진행하셨던데라고 말하면 내게 물어보지 않았어도 시노자키 아이 몸 구석에 있던 점의 위치까지 상세하게 알려줄 거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주제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내 전문 분야에 관심을 표하는 사람 앞에선 우쭐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업무와 관련된 잡담을 이어가다가 자연스레 업무 얘기로 넘어가면 미팅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답변은 천천히, 질문은 빠르게 시시콜콜한 잡담이 끝나면 업무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제 집중해야 할때다. 당신이 그 자리에 당장 논의 사항 들을 결정할 위치가 아니라면 대답은 최대한 생각하면서 천천히 하는 게 옳다. 애매한 사항에 대해 다 할 수 있다, 가능하다는 식의 대답은 나중에 회사로 돌아와서 미팅 내용을 번복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모든 질문에 예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를 반감시키기까지 한다. 첫 미팅에서 실질적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사회 초년생 빼고 다 아는 사실이므로 할 수 있는 범위와 불가능한 범위를 대략적으로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 설사 상대의 제안을 회사에서 절대 받아줄 수 없을 것 같아도 시시비비를 따지며 얘기가 진전되지 않게 막기보다는 회사에서 내부검토후 결정하겠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후에 서면등으로 회사의 입장을 표명하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의문점이 있을 때는 적극적이고 빠르게 질문을 이어가야한다. 당신이 상대방의 사안에 관심 있어 보일 뿐아니라 상대를 당황케 해 포장된 주장의 실체를 확인할 기회도 생긴다.

필기구를 챙기는 것과 얘기에 집중하고 있고 이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듣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적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당신과 당신의 회사까지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데 충분하다. 당장에 합의 도출이 어려워도 당신이 보여준 성실함은 나중에라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긴다. 필기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건네받은 서류나 명함에 메모하는 짓은 피해야 한다.  

미팅 전이나 후에는 유선이나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드물지만, 유선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같은 거절이라도 이번에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저희가 더 좋은 제안으로 먼저 연락을 디른다고 돌려 말해야 한다. 온라인, 유선상의 대화는 표정을 볼 수 없으므로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느껴진다. 그 차이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차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