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쿠터여행, 공주 자전거여행, 평택 여행지 소개
기적 오토바이 사장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뱉은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포항에는 무척 근사한 해안도로가 많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 네 바퀴로 가는 탈 것을 부려 달려본 자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일 게다. 해안누리길 53개 구간 가운데 하나인 호미곶 새천년길을 걸어본 자도 익히 알 거다. 하지만 이 같은 포항 해안도로는 저평가된 면이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 내지 구룡포 과메기의 존재감에 가려져서다. 호랑이 꼬리처럼 힘차게 뻗은 포항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해안누리길릉ㄹ 걷기에도 더없이 좋다. 그러나 스쿠터로 달려본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이 해안도로를 스쿠터로 누비는 건 포항이나 그 근교에 사는 이들 중에서도 스쿠터 소유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허나 최근 포항 스쿠터 여행을 갈망하는 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일이 생겼다. 스쿠터 대여점이 포항에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서다. 그리고 이들 대여점 가운데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라 소문난 곳이 있다. 다름 아닌 기적 오토바이다. 고즈넉한 어촌마을의 생활상이 엿보이는 하정3리 일원을 훑고 나오면 구룡포와 호미곶으로 뻗은 929번 지방도가 나온다. 이 도로도 스쿠터를 세우고 싶은 경치가 어김없이 펼쳐진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해 개성 넘치는 사진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인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가 그렇다.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가면 발가락 틈새로 고운 모래가 스며드는 구룡포해수욕장, 밑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닷물에 맨들을 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삼정해변도 마찬가지다. 이 덕분에 하루종일 바다를 끼고 달려도 질리지 않는다. 호미곶 관광지에 닿기 전에 나타나는 강사2리와 대보1리를 잇는 해안도로도 기막히다. 스쿠터 스로틀을 당기는 내내 거센 파도가 밀려와 갖가지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풍경은 제주의 비경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이 도로 시작점에 있는 해국 자생지 데크길은 마치 자석과 같다.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니 말이다. 한쪽에선 바위와 맞닿아 산산이 부서지는 새하얀 포말이, 다른 한쪽에선 울창하게 우거진 송림이 시신경을 자극한다. 이렇듯 장엄한 바다를 벗 삼아 달리다 보면 호미곶 관광지가 나타난다. 상생의 손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국립등대박물관을 둘러본 다음에도 도구해수욕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쭉쭉 진행하자. 그렇게 달리다 스쿠터 엔진을 식힐 곳은 포항함 체험관이다. 2010년 3월 백령도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 공격으로 침몰한 천암함과 동일 재원의 함정이다. 평소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엿볼 수 있었던 해군 초계함 내부와 외부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실종자 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한 UDT 특수전여단 한주호 준위의 동상 앞에서 그의 희생 정신을 기리는 것도 잊지말자. 여장을 풀 자리는 게스트하우스 파티다. 위트 넘치는 이종국 사장이 운영하는데, 이색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하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저 언제나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숙소가 독특한 이유는 파티란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사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자 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여기서 사람들과 복작거리길 원하면 파티에 참여하고, 달콤한 휴식이 간절하면 객실에서 잠을 청하면 된다. 이튿날 눈을 뜨면 20번 지방도를 따라 영일대해수욕장을 거쳐 칠포, 오도, 월포해수욕장까지 달리자. 그러다 7번 국도로 갈아타고 보경사에 도착해 포항 스쿠터 여행의 마침표를 찍자.
공공자전거, 여행자의 발이 되다. 자전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촘촘한 골목길 풍경을 좋아한다. 맘에 드는 장면이 스치면 끼익하고 멈춰 설 수 있는 더군다나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자전거만큼 고마운 이동수단이 없다. 걷는 일이 물릴 즈음 자전거 대여소를 만날 때의 반가움이란 코앞의 오르막을 예상하지 못하고 땀깨나 흘렸던 순간도 돌아보면 재밌는 시트콤이다. 그랬던 배고픈 여행자가 어느덧 수많은 지역을 취재하며 덜 고생하는 여행법을 체득하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시간에 쫓겨 액셀을 밟았다. 길에 대한 감상이라곤 눈곱만치도 모른 채 여행이 아닌 출장을 다니고 있었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충남 공주시로부터 반가운 전갈이 날아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1년부터 운영해 온 공공자전거를 4월 말부터 여행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새 시스템으로 탈바꿈한다는 소식이었다. 설렘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대여 방식도 기존에는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공주시청에서 카드를 받는 시스템이어서 주말에는 이용이 어려웠습니다. 이제 새로이 바뀌는 시스템은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현장에서 본인 인증 후 바로 대여할 수 있도록 하여 주말에 공주를 찾으시는 여행자들도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학인 공주시청 교통과 자전거 팀장은 시스템 개선 후에도 이용료를 받을 계획은 전혀 없다며 그랬다간 동네 어르신에게 혼난다는 농담을 꺼낸다. 유념할 것은 한 자전거당 최대 2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메뚜기처럼 이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저 대여소에 반납하고 또 다른 자전거를 빌리는 식으로 환승하면 충분히 알찬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 종주가 목적이 아닌 이들은 금강신관공원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석장리박물관으로 핸들을 잡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구석기 유물이 발굴된 석장리는 한반도에는 구석기인이 살지 않았다는 일본 식민사관을 깨는 기틀이 됐다. 5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석장리 세계구석기축제에 맞춰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은 싱그러운 강변 공원을 거닐며 잦아든다. 다시 출발지은 금강교까지 돌아가기까지는 왕복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자전거는 금강교 건너 공산성 대여소에 반납한다. 백제시대 도읍지였던 공주에 세워진 공산성은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배경으로 질박한 숲길을 ㅍ무고 있어 반드시 두 다리로 걸어야 한다. 봄가을엔 백제 병사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수문병 교대식도 매시 정각마다 볼 수 있다. 공산성에서 새 자전거를 빌려 공주 구도심의 제민천을 달린다. 금강에 비하면 작은 동네 하천일 뿐이지만 천변으로 세련된 카페가 드문드문 자리해 쉼터가 되어준다. 조용히 기도하며 마음에 부유하는 잔 먼지를 쓸어버릴 수 있는 중동성당, 4만여 점의 고문서와 민속공예품을 보관한 충남역사박물관도 멀지 않다. 오르막길을 만나 단단해진 다리는 무령왕릉에 도착해서야 쉼을 갖는다. 무령왕의 무덤을 포함해 총 7기의 왕족 고분이 모여 있어 송산리 고분군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왕릉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모형 전시관에 고분 내부를 재현해놓았다. 삼국 중에서도 아름답고 세련되기로 으뜸이었다던 백제의 흔적이 눈앞에 생생하다. 여장을 풀 곳 은 한옥스테이와 공방체험이 가능한 공주 한옥마을이다. 자전거 여행이란게 의욕만으로는 녹녹치 않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내일은 무령왕의 금제관식을 전시한 국립공주박물관도, 인간을 사랑한 곰의 애달픈 사연이 내려오는 고마나루도 천천히 둘러봐야겠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이 더 많은 평택국제중앙시장은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경기도의 이태원이라고도 불리는데 한국식으로 많이 토착화된 요즘의 이태원과 비교하면 평택국제중앙시장은 그보다 더 이국적인 색깔이 짙다. 다른 전통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하비 숍과 빅사이즈 옷가게, 밀리터리 헤어컷 미용실, 군인용품점 등이 즐비하고 상인들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거리를 빽빽이 메운 꼬부랑 간판 사이를 걸으면 60년 된 전통시장이 아니라 미국 외곽 지역의 쇼핑센터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러 나라의 문화가 한데 섞인 장터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역시 음식이다. 브라질, 멕시코, 터키, 인도 등 국가별 대표 음식을 요리하는 식당이 모여 있는데다, 군부대 앞이라는 특성에 맞게 부대찌개가 맛있고, 계란 후라이를 넣은 미국식 수제 햄버거도 별미다. 주말이라면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낮 12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헬로우나이트마켓이라는 깜짝 장터가 열려 오래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군 물자를 실어 나르던 철도 길을 배경으로 분홍색 푸드트럭이 하나둘 모여들고, 상인들은 닭꼬치, 피자, 핫도그, 마카롱, 파이 등등 지구촌 주전부리를 판매한다. 더불어 펄러비즈 체험이나 우드아트 체험도 즐길 수 있으니 이국적인 전통시장에서 추억이 될 하루를 만들어보자. 하늘로 치솟는 수중고사분수로 상징되는 평택호관광단지는 현충탑에서부터 평택호예술관까지 이어지는 호숫길 약 2km를 말한다. 평택호 방조제를 쌓으면서 조성된 인공호숫가에 음식점과 카페, 전시시설, 자동차 극장 및 각종 레저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주중, 주말을 가맂 않고 한산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굴록 없이 평평한 산책길에 4인용 자전거가 돌아다니고 귀여운 오리배는 과감하게 놀기엔 아직은 수줍은 새내기 커플들의 필수 코스이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모터보트, 그 위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아찔한 고성이 들려온다. 당일 체험 가능한 요트학교와 윈드서핑, 패들보드, 카이트보딩 등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팍이 시원해진다. 관광단지 안내를 도와준 김영란 문화관광해설가는 숨겨진 전망 명소라며 그랜드호텔 9층의 스카이라운지를 추천한다. 음료가 전부 5000원임에도 호텔이라는 거리감 때문인지 늘 착석 가능한 빈자리가 있단다. 손님은 우리야 좋다마는, 뷔페도 크게 비싸지 않으니 고려해보자. 관광단지를 떠나는 길에는 평택항홍보관과 평택항마린센터에 들른다. 평택항홍보관에서는 크로마키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평택항마린센터 15층에는 바닥이 움직이는 회전식 레스토랑이 빙글빙글, 두 시간에 한 바퀴를 돌며 평택항의 전경을 보여준다.